[Essay] 어제는 삼성, 오늘은 애플: 애증의 M1 맥북 사망 선고

[Essay] 어제는 삼성, 오늘은 애플: 애증의 M1 맥북 사망 선고

어제 밤, 삼성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잠들었다. 그런데 불과 반나절 만에 내가 애플을 저격하는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 키보드를 두드린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글을 쓰려고 M1 MacBook Air를 열었다. VS Code와 Firefox(이미지가 많은 페이지 로딩 중)를 동시에 띄우니 시스템이 버벅대기 시작했다.

“Memory Full.” 직감했다. 노트북 주제에 8GB라는 램을 달고 있으니(내 스마트폰 램이 12GB인데 말이다) 당연한 결과였다. 응용 프로그램을 종료하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고, Activity Monitor에서 Force Quit을 눌러 프로세스를 죽였다. 그래도 여전히 OS가 느리길래 재부팅을 시도했다.

그리고 내 맥북은 ‘무한 사과(Infinite Boot Loop)’ 지옥에 빠졌다.

1. “안정적인 macOS”? 헛소리하지 마라

어제 크롬 하나 설치한 것 외에는 시스템을 건드린 것도 없다. 강제 재부팅을 한 것도 아니고, 프로세스만 강제 종료 후 정상 재부팅을 시도했을 뿐이다. 그런데 Kernel Crash가 났다.

제발을 외치며 수차례 재부팅을 시도했지만, 이미 어딘가 치명적으로 망가졌는지 켜지지 않는다.

무한 재부팅 영상

내가 윈도우 XP 시절 이후로 커널 크래시나 커널 패닉을 겪어본 적이 있던가? 리눅스조차 강제 재부팅을 해도 파일 시스템이 깨질지언정 부팅은 된다.

그런데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애플은 정상적인 재부팅 과정에서도 뻗어버린다. 맥 사용자라면 알 것이다. 앱이 종료되지 않으면 OS가 재부팅을 거부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멍청한 메커니즘을. 백그라운드에서 앱 종료를 기다리다가, 결국 꼬여버리면 시스템 전체가 사망해버리는 이 구조가 과연 ‘안정적’인가?

2. 한두 번이 아니다: 화려한 ‘벽돌’의 역사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4년 전, 인텔 맥북을 쓸 때도 갑자기 부팅이 안 돼서 메인보드를 통째로 갈아야 했다. 사용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더 끔찍한 건 데이터 복구다. 애플은 SSD를 온보드(On-board) 시켜버려서, 메인보드가 죽으면 데이터도 같이 요단강을 건넌다. “백업 안 한 네 잘못"이라고 하기엔, 하드웨어 설계 자체가 너무 가혹하다.

용량 부족 용량 부족해서 복구도 힘들었다.

작업 중 창이 사라지고 갑자기 픽 꺼졌다가 켜지는 커널 패닉도 수없이 겪었다. 누군가 나에게 “그래도 맥이 윈도우보다 안정적이지 않냐"라고 묻다면, 나는 단호하게 말리고 싶다. 그건 환상이다.

3. 내가 맥을 쓰는 유일한 이유: 쉘(Shell)과 전성비

애플 가족 2015년 1월 22일, 내가 사용하던 애플 제품들 (아이맥, 아이패드, 아이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맥북을 3대나 가지고 있고, 아이폰 5s부터 6s까지 썼던 헤비 유저다. 이유는 딱 두 가지다.

  • Native Shell의 편안함: 개발자로서 윈도우 WSL이 아무리 좋아져도, 유닉스 기반의 네이티브 쉘 환경을 따라오긴 힘들다.

  • Apple Silicon의 전성비: M1 칩의 전력 효율은 인정한다. (물론 최근 윈도우 진영의 스냅드래곤 엘리트가 무섭게 추격 중이지만.)

대학 시절 리눅스 노트북을 들고 다녔을 때 겪었던 저전력 모드 이슈, 블루투스 드라이버 충돌의 악몽을 생각하면 맥은 ‘그나마’ 나은 대안일 뿐이다. 절대 완벽해서 쓰는 게 아니다.

4. 애플의 오만함: “너희는 그래도 살 거잖아”

하지만 애플의 고압적인 태도는 정말이지 구역질이 난다.

  • 배터리게이트: 고의로 구형 아이폰 성능 저하

  • 안테나게이트: “그렇게 잡는 네 손이 문제”

  • 벤드게이트: 휘어지는 아이폰

  • 최근 이슈: 통신칩 문제, 변색 문제 등등

굵직한 사고를 칠 때마다 그들은 사과하거나 공식 발표를 하기보다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래도 팔리니까. 대규모 팬보이들이 알아서 쉴드를 쳐주니까. 에어팟 맥스나 비전 프로 같은 실험작을 비싼 값에 사주는 동료들을 보면, 애플의 종교적 지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한다.

앱스토어의 폭정 (The Walled Garden)

애플의 트러스트 컴퓨팅(Trusted Computing)은 보안을 핑계로 한 독점이다. 내 돈 주고 산 내 폰인데, 애플이 허가하지 않은 앱은 설치조차 할 수 없다.

모든 앱은 애플에게 30%의 통행세를 내야 한다. 에픽게임즈 사태를 기억하는가? 자체 결제를 도입했다가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쓰는데, 카카오가 수수료를 떼어가니 직거래를 하려다 구글 플레이에서 삭제당한 꼴이다.

물론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공로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지금 아이폰의 편리한 기능(멀티태스킹, 제어 센터 등) 중 상당수가 과거 탈옥(Jailbreak)과 Cydia에 있던 기능들을 베껴온 것이라는 점이다. 혁신은 애플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만들었다.

5. 결론: 쪼개져야 산다

나는 극단적이지만,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분할되었으면 한다. 이 폐쇄적인 생태계가 깨지지 않는 한, 애플의 오만함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EU가 USB-C를 강제하고, 사이드로딩(별도 앱스토어)을 강제하면서 아주 조금씩 빛이 들어오고 있다.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며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애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하드웨어 마감, 쉘 환경, 그 감성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애플은 소비자를 인질로 잡고 배짱 장사를 하는 괴물처럼 보인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애플. 내 M1 맥북부터 좀 살려내고.

6. 결심: macOS와의 작별, 그리고 아사히(Asahi) 리눅스로의 망명

몇 시간의 사투 끝에, 결국 복구 모드(Recovery Mode)로 진입해 M1 맥북을 간신히 살려냈다. DFU 모드까지 가야 하나 식은땀을 흘렸지만, 다행히 초기화 수준에서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다시 켜진 ‘Hello’ 화면을 보는 순간, 안도감보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 훌륭한 하드웨어를 이따위 불안정한 OS에 가둬둘 순 없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내 M1 맥북에서 macOS를 밀어버리기로. 대신, 아사히 리눅스(Asahi Linux)를 설치할 것이다.

아사히 리눅스(Asahi Linux)란?

아사히 리눅스는 폐쇄적인 Apple Silicon(M1, M2 등) 칩셋을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하여, 리눅스가 네이티브로 돌아가게 만드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애플이 하드웨어 스펙을 꽁꽁 숨겨놨음에도 불구하고, ‘헥터 마틴(Hector Martin)‘을 비롯한 천재적인 해커들이 GPU 드라이버부터 사운드, 전력 관리까지 하나하나 뜯어서 리눅스 커널에 이식하고 있다. (현재는 Fedora와 협력하여 Fedora Asahi Remix가 공식 배포판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아사히 리눅스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 하드웨어 해방: 애플의 뛰어난 전성비(배터리 효율, 성능)를 그대로 쓰면서,

  • 소프트웨어 자유: 애플의 감시와 통제(트러스트 컴퓨팅, 앱스토어 수수료 등)에서 벗어나,

  • 진정한 리눅스: WSL이나 가상머신이 아닌, Real Linux Kernel 위에서 개발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GPU 가속이나 일부 기능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멀쩡한 재부팅에도 커널 패닉을 일으키는 macOS보다는, 내가 직접 뜯어고칠 수 있는 리눅스가 훨씬 마음 편하다.

잘 가라, macOS. 이제 내 맥북은 사과 농장의 족쇄를 끊고, 펭귄의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