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구입: 아우라의 몰락에서 첫 소장의 실재로

[Art]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구입: 아우라의 몰락에서 첫 소장의 실재로

2012년, 군대에서 만난 삶과 죽음의 예술

데미안 허스트를 처음 알게 된 건 군 복무 중이던 2012년이었습니다. 내무반에서 우연히 읽었던 예술 서적 속 그의 작품들은 강렬했습니다. 죽은 상어를 박제하고, 수만 마리의 나비를 캔버스에 붙이는 이 파격적인 작가는 제 뇌리에 깊게 박혔고, 언젠가 그의 작품을 실물로 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품게 했습니다.

2014년 런던 프리즈(Frieze), ‘아우라’의 상실을 목격하다

그로부터 2년 뒤, 운 좋게 유럽 여행 중 만난 갤러리 소장님의 도움으로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프리즈(Frieze London)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서울 코엑스에서도 매년 열리며 친숙해졌지만, 당시의 프리즈는 제게 신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입구에서 거대한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본 것 같은 강렬한 기억이 있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다시 들춰보니 제 기억이 왜곡되었더군요. 정작 제 카메라에 담겨 있던 건 당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에르빈 부름(Erwin Wurm)의 이었습니다.

Erwin Wurm Giant Big

미술관과 아트페어의 결정적 차이

그곳에서 저는 현대미술의 서늘한 이면을 보았습니다. 미술관은 작품 하나하나에 전용 벽면과 조명을 할당해 ‘아우라(Aura)’를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아트페어는 철저한 ‘상품의 전시장’이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갤러리들이 수많은 작품을 다닥다닥 붙여 홍보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백화점 같았죠.

발터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의 몰락’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작품이 예술을 넘어 자본의 논리로 유통되는 시장의 생리를 보며, 제가 미술관에서 느꼈던 감동과 시장에서의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10년의 기다림, 어리숙한 구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경제 활동을 하며 ‘내 그림’을 사고 싶다는 욕망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두려움이 앞섰죠.

“내가 너무 비싸게 사는 건 아닐까?”

“갤러리 직원의 화술에 휘둘려 내가 원하지도 않는 작품을 덜컥 사버리면 어쩌지?”

마치 옷가게에서 점원이 추천해 주는 옷을 거절 못 해 어색하게 입고 나오는 우유부단한 손님이 될까 봐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제 안목에 확신을 가지고 첫 작품을 들일 용기가 생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옥션에서 만난 나의 첫 데미안 허스트

그림을 구입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작가와의 직거래, 갤러리 프라이빗 세일, 혹은 경매. 저는 그중 가격과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서울옥션을 선택했습니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허스트의 작품을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이건 내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평소 아트페어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그의 클래식한 도상이 경매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죠.

Theodora 작품 전면
데미안 허스트 Theodora(H10-3)
Theodora 작품 뒷면
작품 뒷면

왜 하필 ‘나비(Butterfly)‘인가?

허스트에게 나비는 가장 핵심적인 메타포입니다. 그는 나비를 통해 삶의 덧없음(Vanitas)부활의 희망을 동시에 노래합니다.

  • 연약함과 영원성: 박제된 나비는 생명력을 잃었지만, 캔버스 위에 고정되어 예술 작품으로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습니다.
  • 종교적 도상: 그에게 나비 시리즈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습니다. 빛을 받으면 영롱하게 빛나는 나비 날개는 신성함을 자극하며 관람객을 명상에 잠기게 하죠.

제가 첫 소장품으로 선택한 <Theodora(H10-3)>는 대칭적으로 배치된 나비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한 생동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붉은색 글리터와 나비의 조합은 그 어떤 시리즈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현실적인 구입 비용: 감정이 아닌 숫자로 접근하다

첫 구매인 만큼 ‘어리숙한 구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해외 시장과 국내 경매 기록을 꼼꼼히 비교해 보았습니다.

1. 해외 갤러리 직구의 실체와 ‘숨은 비용’

외국 갤러리 견적 메일
견적 메일

해외 갤러리(HENI 등)에 직접 문의해 받은 단품 견적은 4,500유로(요즘 환율이 미쳐서 약 780만 원 선입니다) 수준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경매보다 저렴해 보이지만, 개인이 이를 국내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부대 비용은 생각보다 큽니다.

  • 현지 운송 및 패킹: 1m x 1m의 대형 작품을 안전하게 포장(우드 크레이트 등)하는 데만 수십만 원이 듭니다.
  • 국제 항공 운송 및 보험: 파손 위험이 큰 예술품은 특수 운송(Art Handling)을 이용해야 하며, 보험료를 포함하면 약 150~200만 원이 훌쩍 넘게 추가됩니다.
  • 수입 부가세: 한국은 미술품 관세는 0%지만, 수입 부가세 10%는 전체 비용(물건값+운송비)에 부과됩니다. (약 80~90만 원)
  • 경매 수수료: 만약 해외 갤러리가 아닌 해외 경매에서 낙찰받는다면 낙찰가의 25%가 구매자 수수료(Buyer’s Premium)로 붙습니다.

결국 해외에서 780만 원에 올라온 매물을 안전하게 제 손에 쥐기까지는 최소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 이상의 현금이 즉시 투입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파손 리스크와 기나긴 배송 기간, 세관 통관의 번거로움은 온전히 구매자의 몫이죠.

2. 국내 거래가 추적

기존 그림 판매가 스크린샷
국내 거래가

국내 거래가를 추적했을 때 유사 작품이 700만 원대에 낙찰된 기록이 있었지만, 이는 수수료(약 20%)와 운송비가 제외된 순수 ‘낙찰가’ 기준입니다. 실구매가는 이미 900만 원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허스트의 이 에디션은 국내 아트페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기에 구하고자 하는 사람에 비해 매물이 귀한 편입니다.

글을 마치며

저는 이번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모든 제반 비용과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며 이 작품을 소장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상태가 완벽한 작품을 곁에 두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현재 이 소중한 첫 작품을 좋은 분께 양도하고자 합니다. 제가 희망하는 양도 가격은 1,000만 원입니다.

앞서 제가 첫 구매를 위해 고민하고 분석했던 것처럼, 지금 해외 갤러리나 경매를 통해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드는 현실적인 비용과 시간, 스트레스를 고려하신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그림을 양도할 계획이 있어 상세한 구입 시점 등은 블로그에 남기지 않습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소장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Contact 메뉴의 연락처로 편하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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