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여러 지도에 겹쳐 나오는 집: 리뷰 대신 영수증으로 맛집을 모았다

주말에 갈 집을 정하려고 휴대폰을 들었다가 한참을 그러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켜면 별 다섯 개짜리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그중 어디를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고 블로그 후기를 몇 개 열어 보다가 사진 배치가 똑같은 세 번째 글에서 그만뒀습니다. 예전에는 이 시간이 이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망고플레이트를 열고 별점이 높은 집을 고르면 대체로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앱은 2023년 10월 31일에 문을 닫았습니다.
1. 광고를 못 섞어서 죽은 서비스
망고플레이트는 2013년에 시작해 400만 번 넘게 내려받혔고 월 이용자가 2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제가 그 앱을 좋아했던 이유는 광고로 밀어 올린 집이 아니라 진짜 맛있는 집을 찾아 줬기 때문입니다. 2020년에 여기어때가 인수했고 3년 뒤에 접었습니다.
왜 서비스를 접었는지 정리한 글을 읽다가 한 문장에서 멈췄습니다. 맛집 정보는 독점할 수 없는 무료 콘텐츠이고 신뢰도는 광고가 섞이는 순간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모은 다음 그 사람들을 자영업자에게 팔아야 수익이 나는데 광고가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이 그 앱을 쓰던 이유가 사라집니다. 광고를 안 섞어서 좋았던 서비스가 광고를 못 섞어서 죽은 셈입니다.
그 뒤로는 다이닝코드를 많이 썼습니다. 2013년 12월에 시작한 서비스인데 접근이 아예 다릅니다. 사용자에게 별점을 받는 대신 인터넷에 널린 맛집 블로그 수백만 건을 긁어다 분석해서 순위를 내고 광고 포스팅을 반복해 올리는 블로거는 그 사람 몫의 가중치를 깎습니다. 실제로 찾아가 보니 맛있는 집이 많았습니다.
2. 영수증 리뷰의 역설
네이버는 지도 이용자 1위이지만 광고성·대가성 리뷰를 따로 제재하지 않았고 그 문제를 풀겠다고 내놓은 것이 영수증 리뷰였습니다. 결제한 영수증을 인증해야 리뷰를 쓸 수 있게 한 것이니 취지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는데 취재 기사에는 점주가 남의 영수증을 내밀며 리뷰를 써 달라고 하고 카페가 리뷰 한 건에 음료를 얹어 주는 장면이 그대로 나옵니다. 네이버도 칼을 빼들어서 2026년 1월 28일부터 조작 영수증 리뷰를 집중 단속하고 있는데 금지 목록에 들어간 항목이 눈에 걸렸습니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과 AI 툴로 만들어 낸 가짜 영수증입니다. 방문 증명을 플랫폼이 직접 발급하면 그 증명에 값이 매겨지고 값이 매겨진 것에는 시장이 생기며 2026년의 그 시장에는 생성 모델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3. 재방문이라는 단 하나의 지표, 그리고 카드사라는 벽
지난 8월에 이 문제를 혼자 정리하면서 적어 둔 메모가 있습니다.
진짜 맛있는 집, 알지 못했던 집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맛있는 집을 수집할 방법이 있어야 되는데, 가짜 리뷰·대가성 리뷰·비방 들로 실제 평가와 선호도가 차이가 난다고 본다. 나는 대부분의 지표가 선호도를 나타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재방문 지수만이 유의미하게 선호도를 나타낸다고 보는데, 인터넷 서비스업자들이 이 재방문은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고 대신 카드사나 결제회사들이 재방문율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다시 읽어도 이 문단이 설계도 노릇을 합니다. 여기에는 추천을 잘하는 알고리즘을 찾겠다는 말이 한 마디도 없고 대신 수집이라는 낱말이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문제를 어떻게 고를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재료로 쓸 것인가로 본 것인데 그렇게 보고 나면 남는 지표가 거의 없습니다. 별점은 못 믿고 리뷰 수도 못 믿으며 믿을 만한 것은 같은 사람이 돈을 내고 다시 갔는가 하나인데 그건 카드사와 결제회사만 알고 있습니다. 개인이 그 데이터를 받아 올 방법은 없으니 여기서 한 번 막혔습니다.
4. 내가 쓰려고 만든 지도: 큐레이션 명단 24장 겹치기
거창한 계획이 먼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애초에 제가 쓰려고 만든 지도입니다. 주말에 어디 갈지 정하느라 흩어진 목록을 여기저기 열어 보다가 이걸 한 장에 겹쳐 놓으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지금은 굳디라는 이름을 붙여 godd.hj4.it 에 열어 두고 제가 제일 자주 씁니다. 이름은 good dining 을 godd 로 줄여 놓고 굳디·고디디·곧디처럼 소리 내 보다가 고른 것입니다.
생각의 핵심은 단순했습니다. 세상에는 이미 누군가 품을 들여 만든 큐레이션 명단이 많습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있고 정부가 인증한 노포 명단이 있으며 유튜버가 발품 팔아 찾아다닌 집이 있고 개인이 구글 내 지도에 모아 둔 목록이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편향돼 있지만 아무렇게나 만든 것은 아니니 이 지도들을 전부 겹쳐 놓고 여러 지도에 동시에 이름이 올라오는 집을 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서로 모르는 큐레이터들이 각자의 기준으로 같은 집을 꼽았다면 그건 우연이 아닐 테니까요.
그리고 그 명단들을 실제로 뜯어보다가 막혔던 재방문 문제가 우회로를 하나 찾았습니다. 카드사 데이터는 못 받아도 재방문이 이미 남겨 둔 공개 기록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 국회의원 정치자금 식대는 리뷰가 아니라 영수증입니다. 회계 공시라서 어느 식당에서 얼마를 썼는지가 남고 한 식당을 몇 명의 의원이 이용했는지까지 셀 수 있습니다. 서로 모르는 여러 사람이 각자 돈을 내고 반복해서 간 집이라면 제가 찾던 신호에 가장 가깝습니다.
- 한국관광공사 맛집차트는 티맵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데이터로 만든 순위입니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차를 몰고 간 기록이고 현지인과 외지인이 나뉘어 있어서 관광 편향을 어느 정도 가를 수 있습니다.
- 카드사 명단은 현대카드 고메위크나 신한카드 제주 이용실적 같은 것들입니다. 카드사와 제휴를 맺을 수 없다면 그들이 결제 데이터로 이미 뽑아 발행해 둔 결과물을 쓰면 됩니다.
- 노포 인증은 백년가게, 서울 오래가게, 서울미래유산, 대전 3대·30년 전통업소 따위입니다. 30년이나 100년을 버텼다는 것은 재방문의 장기 적분이고 사람이 다시 가지 않는 집은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 국세청 모범납세자는 세금을 꾸준히 낼 만큼 영업이 이어졌다는 기록입니다.
여기에 “나와 입맛이 맞는 사람을 따라간다"는 목록도 얹었습니다. 개인화된 취향 그래프는 사용자가 없으니 만들 수 없고 대신 이미 존재하는 취향 공동체를 통째로 데이터로 들여왔습니다. 고려대 졸업생 맛집 단톡방의 대화에서는 언급 횟수와 추천한 사람 수를 세고 비추천은 감점하며 유튜브는 채널 본편과 그 채널 시청자들의 댓글 추천을 따로 셉니다. 개인이 만든 구글 내 지도들도 그대로 한 목록이 됩니다.
이 재료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국회 회계 공시는 정치자금 투명성을 위해, 내비 데이터는 길 안내를 위해, 노포 인증은 상권 보호를 위해, 세금 표창은 납세 장려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맛집을 평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데이터가 하나도 없습니다. 조작할 유인이 애초에 없다는 뜻이고 가짜 리뷰를 쓰겠다고 국회의원을 섭외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5. 한 곳은 속여도 전부는 못 속인다
명단 24장을 한 장에 겹쳐 놓고 같은 가게끼리 포개니 2만 곳이 남았습니다. 그다음에 한 일은 세는 것뿐이었습니다. 어떤 집이 성격이 다른 목록 몇 곳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는지 세어 보면 아래처럼 나옵니다.
| 이름이 오른 목록 수 | 가게 수 |
|---|---|
| 1개 | 1만 8천여 곳 (94%) |
| 2개 | 800곳 남짓 |
| 3개 | 150곳 가까이 |
| 4개 | 50곳 안팎 |
| 5개 이상 | 20곳 안팎 |
| 9개 (최대) | 1곳 (우래옥 본점) |
열에 아홉은 목록 한 곳에만 이름이 올라오고 두 곳 이상에 걸친 5퍼센트 남짓이 이 지도의 전부입니다. 가짜 리뷰로 한 플랫폼의 순위를 올릴 수는 있어도 국회의원 영수증과 내비 목적지와 미쉐린과 동창회 단톡방을 동시에 오염시키기는 어렵고 그 어려움이 그대로 신뢰가 됩니다. 점수를 매길 때 별점과 ★ 평점은 아예 쓰지 않았고 목록이 겹칠 때 주는 가산점도 일부러 작게 눌러 뒀는데 겹친다는 것이 유명하다는 뜻이기도 해서입니다.
6. AI에게 맡기지 않은 것: 판단은 규칙, 모델은 문장
시작하기 전에 AI 시대의 맛집 추천이라는 주제로 한참을 조사했습니다. 언어 모델로 맥락을 추론하고 멀티모달로 음식 사진을 분석해 초개인화 추천을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정작 다 만들고 나서 보니 모델이 맡은 일은 가게 소개문을 쓰고 메뉴판을 정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전까지 화면의 설명 자리에는 가게마다 떠돌던 홍보 문구가 그대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제가 쓴 문장이 아니라 서비스에 둘 수 없었고 메뉴도 받아 온 순서를 그대로 뿌리는 바람에 이벤트와 공지와 중복과 크기 변형이 뒤섞여 읽기가 나빴습니다. 그래서 로컬 GPU에 올린 모델로 소개문과 메뉴판을 1만 곳 넘게 다시 썼는데 대신 모델을 믿지 않는 장치를 잔뜩 달았습니다. 출력에 가격을 쓰지 못하게 하고 항목을 번호로만 가리키게 했더니 가격 환각이 0건이 되었습니다. 재료에 없는 숫자가 나오면 걸러내고 원래 문구를 그대로 베끼면 걸러내며 태그는 허용 목록 안에서만 쓰게 했습니다. 근거 없이 ‘노포’를 붙인 것이 파일럿에서만 스무 건 넘게 잡혔습니다.
바깥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기술 블로그에는 별점이 죄다 5점에 몰려 변별력이 없다는 별점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나오고 그 해법으로 리뷰의 “진심의 온도"를 언어 모델에게 채점시키는데 채점 항목 안에 재방문 의사가 들어 있습니다. 카카오맵은 2025년 7월에 ‘AI메이트 로컬’을 내놓아 대화하듯 조건을 말하면 추천해 주고 블로그를 요약해 주며 주차가 되는지까지 답해 줍니다. 둘 다 훌륭하지만 추천의 재료는 그대로입니다. 한쪽은 오염된 리뷰 안에서 모델로 진심을 캐내고 다른 쪽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그 위를 감쌀 뿐 원천 데이터를 바꾸는 쪽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반대로 갔는데 판단은 사람이 정한 규칙에 맡기고 신뢰는 출처의 다양성에 맡기고 모델에게는 문장 쓰는 일만 시켰습니다. AI가 추천을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 AI가 필요 없을 만큼 깨끗한 재료를 모으는 쪽이 이 문제에서는 더 확실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7. 맛집과 인기집 사이, 그리고 남은 한계
여기서 솔직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여러 지도에 겹쳐 나온다는 것은 맛있다는 증거인가 유명하다는 증거인가 하는 물음인데 저는 이 둘을 깨끗하게 가를 방법을 아직 모릅니다. 오래 버틴 집은 맛있어서 버텼을 수도 있지만 관광지 길목에 있어서 버텼을 수도 있고 내비 목적지 순위는 도착한 기록이지 만족한 기록이 아닙니다. 프랜차이즈를 빼고 같은 명단에 여러 번 실려도 한 번만 세고 겹침 가산점을 작게 준 것은 전부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누르려는 장치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도가 찾아 주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반복해서 꼽은 집이고 그것이 맛과 얼마나 겹치는지는 결국 가 봐야 압니다.
맛집이라는 것이 애초에 취향의 영역이라 남의 입맛이 제 입맛과 같을 이유도 없습니다. 냉면집 순위 1위를 보고 갔다가 실망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고 미쉐린이 좋아하는 집과 유튜브 시청자가 좋아하는 집이 다르며 국회의원이 자주 가는 집과 동창회 단톡방이 추천하는 집은 더 다릅니다. 그래서 화면에 점수만 띄우지 않고 어느 명단에 어떤 이름과 주소로 실려 있었는지를 전부 펼쳐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이 집이 미쉐린 빕구르망이면서 백년가게이고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나왔다는 것까지 보고 나면 판단은 보는 사람이 하면 됩니다. 저는 신호를 모아 늘어놓는 데까지만 하고 취향까지 맞춰 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계도 그대로 적어 둡니다. 진짜 재방문율은 여전히 없고 위에 늘어놓은 것들은 전부 대리 지표라서 카드사와 결제사의 데이터에 닿지 못하는 한 이 자리는 계속 비어 있을 것입니다. 개인화도 없어서 동행이 누구인지 날씨가 어떤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는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리적 제약만 지도로 풉니다. 무엇보다 새로 연 집을 구조적으로 찾지 못하는데 명단에 기대는 방식이라 생존 편향이 크고 노포에는 가산점까지 주고 있으니 어제 문을 연 좋은 집은 이 지도에 없습니다.
그래도 11일 동안 만들면서 처음 목적은 이뤘습니다. 요즘은 주말에 어디 갈지 정할 때 이 지도를 먼저 열고 서로 모르는 큐레이터들이 같은 집을 꼽아 놓은 자리를 보는 재미로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망고플레이트가 광고를 못 섞어서 죽었다면 자기가 쓰려고 만든 지도는 적어도 그 압력에서는 자유로우니 다음 주에는 목록 다섯 곳이 겹친 집 중에 아직 안 가 본 데를 하나 골라 가 볼 생각입니다.
🍽️ 맛집 지도를 여기서 바로 열어 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아웃스탠딩, 망고플레이트는 어쩌다 깨졌나 (2023-11-01)
- 이코노믹리뷰, [단독] 여기어때 망고플레이트, 문 닫는다
- 디지털투데이, “맛집 정보, 함부로 믿어라”…빅데이터로 맛집 찾는 다이닝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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