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은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입니다. 이 흐름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Consumer)’의 위치에 머무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흐름을 만들고, 가공하여 내놓는 ‘생산자(Content Provider, CP)’의 역할을 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소비자로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자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이 블로그는 그 전환점(Turning Point)이자, 2017년부터 이어온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려는 시도의 확장판입니다.
1. 두려움에서 자유로움으로#
과거에는 인터넷 공간에 공개된 글을 남기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텍스트로 남겨진 내 생각과 관념이 영원히 ‘박제’되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까 봐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세상은 진짜와 가짜, 소음과 신호가 뒤섞여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완벽하지 않은 내 글 하나가 박제된들 무엇이 대수일까요? 오히려 내 생각의 족적을 남기지 않는다면, 나는 디지털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박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기록을 세상에 던지기로 했습니다.
2. Archive: 나를 증명하는 데이터#
“나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나의 행적(Trace)들이다.” (2017.08.31 메모)
20대 초반, 군 복무를 전후하여 나는 ‘개인 자료화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의 모든 행적을 추적하고 기억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고, 정리하는 일. 그것이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이라 믿었습니다.
- Human Relationships: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한 캘린더 기록
- Narrative: 군 시절 매일 써 내려간 일기와 학창 시절의 기억 복원
- Artifacts: 상장, 편지, 심지어 발치한 사랑니 같은 물리적 증거들
- Knowledge: 읽은 책, 배운 지식, 금융 기록
이것들은 흩어져 있을 때는 잡동사니였지만, 모이고 분류되는 순간 ‘나’라는 사람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었습니다.
3. Wiki에서 Blog로: 기록의 진화#
과거에는 나만 볼 수 있는 ‘개인 위키(Wiki)‘나 로컬 서버, 물리적 상자에 이 기록들을 가뒀습니다. 그것은 수집(Collection)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발신(Publishing)하려 합니다. 단순히 “무엇을 봤다, 누구를 만났다"는 메타 데이터를 쌓는 것을 넘어, 그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맥락’을 이 정적 블로그(Static Blog)에 담을 것입니다.
- CP로서의 역할: 소비만 하던 객체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의 변화
- 선별적 수집: 모든 것을 담으려던 강박에서 벗어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것으로 만든 ‘가치 있는 경험’ 위주로의 기록
- 연결: 닫힌 서버에서 열린 웹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통한 지식의 검증과 확장
이곳은 나의 ‘디지털 정원(Digital Garden)’입니다. 씨앗(생각)을 심고, 물(경험)을 주어 가꾼 결과물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이제 나는 단순한 기록 보관자를 넘어, 콘텐츠 생산자로서 첫발을 내디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