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넘어 생산자로: 2017년의 고민과 2025년의 대답

aleph | Dec 12, 12120 min read

디지털 세상은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입니다. 이 흐름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Consumer)’**의 위치에 머무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흐름을 만들고, 가공하여 내놓는 **‘생산자(Content Provider, CP)’**의 역할을 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소비자로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자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이 블로그는 그 전환점(Turning Point)이자, 2017년부터 이어온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려는 시도의 확장판입니다.

1. 두려움에서 자유로움으로

과거에는 인터넷 공간에 공개된 글을 남기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텍스트로 남겨진 내 생각과 관념이 영원히 ‘박제’되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까 봐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세상은 진짜와 가짜, 소음과 신호가 뒤섞여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완벽하지 않은 내 글 하나가 박제된들 무엇이 대수일까요? 오히려 내 생각의 족적을 남기지 않는다면, 나는 디지털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박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기록을 세상에 던지기로 했습니다.

2. Archive: 나를 증명하는 데이터

“나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나의 행적(Trace)들이다.” (2017.08.31 메모)

20대 초반, 군 복무를 전후하여 나는 **‘개인 자료화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나의 모든 행적을 추적하고 기억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고, 정리하는 일. 그것이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이라 믿었습니다.

  • Human Relationships: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한 캘린더 기록
  • Narrative: 군 시절 매일 써 내려간 일기와 학창 시절의 기억 복원
  • Artifacts: 상장, 편지, 심지어 발치한 사랑니 같은 물리적 증거들
  • Knowledge: 읽은 책, 배운 지식, 금융 기록

이것들은 흩어져 있을 때는 잡동사니였지만, 모이고 분류되는 순간 ‘나’라는 사람의 데이터베이스가 되었습니다.

3. Wiki에서 Blog로: 기록의 진화

과거에는 나만 볼 수 있는 ‘개인 위키(Wiki)‘나 로컬 서버, 물리적 상자에 이 기록들을 가뒀습니다. 그것은 **수집(Collection)**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발신(Publishing)**하려 합니다. 단순히 “무엇을 봤다, 누구를 만났다"는 메타 데이터를 쌓는 것을 넘어, 그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맥락’**을 이 정적 블로그(Static Blog)에 담을 것입니다.

  • CP로서의 역할: 소비만 하던 객체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의 변화
  • 선별적 수집: 모든 것을 담으려던 강박에서 벗어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내것으로 만든 ‘가치 있는 경험’ 위주로의 기록
  • 연결: 닫힌 서버에서 열린 웹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통한 지식의 검증과 확장

이곳은 나의 **‘디지털 정원(Digital Garden)’**입니다. 씨앗(생각)을 심고, 물(경험)을 주어 가꾼 결과물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이제 나는 단순한 기록 보관자를 넘어, 콘텐츠 생산자로서 첫발을 내디딥니다.